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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휴식처 경주 52평 복층 스틸하우스 =h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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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진현동 불국사 인근에 자리한 52평 복층 스틸하우스. 외벽을 벽돌과 시더사이딩으로 두르고 지붕에 천연석재슬레이트를 얹은 이 주택은 ‘ㄱ’자 형태로 배치해 보는 각도에 따라 벽체와 지붕이 각기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자연녹지지역이라 건폐율이 20퍼센트인 데다 170평 대지가 도로와 접해 있어 프라이버시 침해와 소음 문제 그리고 효율적이고 짜임새 있는 공간 계획에 역점을 둔 주택이다. 그럼 어떻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도로 반대쪽의 탁 트인 경관을 주택 내부로 끌어들이고, 중년의 건축주 부부와 1남 1녀 자녀를 위한 공간을 구성했는지 살펴보자.


건축정보
·위 치 : 경상북도 경주시 진현동
·대지면적 : 166.37평(550㎡)
·건축면적 : 32.63평(107.90㎡)
·연 면 적 : 52.15평(172.40㎡. 1층-33.18평, 2층-18.97평)
·건축형태 : 복층 스틸하우스
·외벽마감 : 벽돌 + 시더 사이딩
·내벽마감 : 실크벽지 + VP도장
·지 붕 재 : 천연석재 슬레이트
·바 닥 재 : 온돌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시공기간 : 2006년 4∼7월
설 계 : 신영건축사사무소
(02)592-0494
cafe.daum.netgreenhousing
시 공 : (주)신영하이랜드
(02)592-0514
www.syhiland.com

신라 천년 고도古都 경주하면 언뜻 떠오르는 게 불국사와 설굴암, 첨성대 등의 유적지와 한결같이 지붕에 기와를 인 집들이다. 길가에 낙엽이 나뒹구는 10월 초에 찾은 불국사 앞마을인 경주시 진현동은 왠지 살풍경스러웠다. 계절 탓만은 아니다. 불국사 앞길을 1년에 한두 차례 스쳐 지나다시피 하지만 그때마다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업소와 음식점들의 모양새가 왠지 어정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흰색 페인트를 회벽灰壁 인양 칠하고 지붕에 기와를 얹은 모습에서……. 목구조 한옥도 아니요, 그렇다고 서구식 건물도 아닌 판에 박은 듯한 집이 즐비한 이곳보다는 경주유스호스텔 앞에서 구불구불 좁다란 농로를 따라 들어서면 나오는 일명 돌박 진티 마을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면면히 흘러내리는 산자락과 황금빛 너른 들녘을 품에 안은 이곳은 여러 해 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집들이 한두 채씩 들어서면서 마을다운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마을 첫머리에 먼저 자리잡은 집들은 다소 허술하지만 안쪽으로 들어서면서 각기 독특한 디자인을 한 집들이 자리한다. 그 가운데 외벽을 벽돌과 시더사이딩으로 두르고 지붕에 천연석재슬레이트를 얹은 52평 복층 목조주택이 이채롭다. 정갈하게 가꾼 정원도 그렇지만 굵직굵직하게 덩어리들을 ‘ㄱ’자 형태로 배치하여 보는 각도에 따라 벽체와 지붕이 각기 다른 모습을 연출해 낸다. 이 주택은 본지 10월호 ‘최길찬의 전원주택 따라잡기’에 출입구와 덱 사진 두 컷이 소개됐는데, 그 모양이 하도 독특하여 예비 건축주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만남, 설계·시공사와 건축주의 신뢰

건축주는 울산에서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김준호(55세) 씨로, 금년 7월 이곳에 전원주택을 지어 입주함으로써 오랜 소원을 풀었다. 서울이 고향인 그는 직장(현대중공업)을 따라 울산으로 내려와 그곳에서 일가를 이루었다. 줄곧 아파트에서만 생활하다가 어느 날 문뜩 도시와 아파트라는 환경에 염증이 느껴져 전원생활을 꿈꾸게 됐다고.

마을“그게 7, 8년 전의 일일 겁니다. 당시 울산시 북구 정자동 바닷가에 인접한 전원주택 단지 내 필지를 산 게… 40여 세대를 조성했는데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아 휑하다 싶어 포기했어요. 그렇게 3년을 보내다 지인知人 소개로 이곳 170평 부지를 샀지요. 공기 좋고 전망이 트인 데다 울산보다 친인척들이 사는 서울과 30여 분 더 가까웠으니까요. 건축은 낯선 환경을 두려워한 집사람의 반대도 있고 해서 부지를 2년간 묵혔다가 금년 초에 시작했고요.”

사람을 현혹시키지 않는 한 마디 말이 천 냥 빛을 갚는다고 했던가. 본지를 통해 알게 된 신영건축사사무소(건축사 최길찬)에다 설계를, (주)신영하이랜드(대표 김태영)에다 시공을 의뢰했는데 바로 친절하고 믿음직스런 상담 때문이라고.

마을“몇 년 전 주택은 아니지만 울산에다 사무용 건물을 지었는데, 그때 정확한 시방서나 견적이 나오지 않아 애먹었거든요. 무엇을 물어도 돌아오는 건 집 지으면 다 그렇다는 불성실한 답변뿐이었죠. 어떻게 저리 사업을 할까, 참 어이가 없더군요. 그런데 신영은 친절하기도 했지만 품질에 따른 내역이 정확했어요. 나도 사업을 하는 사람이기에 통하는 게 있거든요.”

신영건축사사무소에서는 주택 설계 시 여느 주택과 다르게 측면과 후면에서 진입하는 듯한 형태를 취했다. 최길찬 건축사는 도로와 대지와의 관계 그리고 대지가 갖고 있는 경관 축을 보고 결정했다고.

마을“대지에서 보이는 최상의 경관을 위한 입면과 그에 따른 배치 그리고 도로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어요. 주택의 배치는 정원을 얼싸안은 ‘ㄱ’자형으로 도로 쪽에서 정원으로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한 것이죠. 또한 시원하게 트인 창을 통해 경관과 빛을 실내로 끌어들이기 좋은 형태로 디자인했고요.”

외부의 간섭을 피하면서 집이 정원을 얼싸안는다! 이 집은 철저하게 주인의 입장으로 안에서 밖을 바라보고 디자인했음을 엿볼 수 있다. 밖에서 안을 바라보는 건 주인이 살 집이 아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김준호 씨는 정원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중정中庭과 같아서 생활이 한결 편안하다고.

마을“전원주택은 아파트와 달라서 빨래를 건조하기도 여러 가지 도구를 보관하기도 마땅치 않잖아요. 외부 진입로에서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정원이나 덱에 빨래가 널려 있고, 또한 그곳에서 가족과 함께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한다고 생각해 봐요. 남의 시선을 의식해 무엇인들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우리 집은 주변 경관을 마당과 집 안으로 끌어들였으면서도 외부에 노출되지 않기에 자연스러운 생활이 가능하지요.”

건축, 튼튼하고 편리하며 아름다운 그릇을 빚다

자연녹지지역이라 건폐율이 20퍼센트인 데다 170평 대지(건축면적 34평)가 도로와 접해 있어 앞에서 언급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외에도 소음 문제를 해결하면서 효율적이고 짜임새 있는 공간 계획이 필요했다. 최길찬 건축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도로 반대쪽의 탁 트인 경관을 어떻게 주택 내부로 끌어올 수 있을까, 그리고 중년의 건축주 부부와 1남 1녀의 자녀를 위한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까? 하는 것이 과제였다고.

마을“침실의 위치는 도로에서의 소음을 차단하게끔 도로 쪽으로 화장실과 드레스-룸을 배치하고, 긴 복도를 두어 별채 형식으로 부부 공간을 구획했지요. 딸과 아들을 위한 침실은 2층에 독립시켰고요. 한편 주방 겸 식당 계획은, 이곳에서 안주인의 손님 접대가 가능하도록 거실과 분리하듯이 계획해 다이닝룸 형태로 디자인했어요. 안주인의 주생활공간인 주방-식당-덱(Deck)의 연결 공간을 통해 보이는 경관 또한 하루 중 오랜 시간을 주방 겸 식당에서 보내는 안주인을 위한 배려지요.”

김준호 씨는 이곳 열린 공간으로 이주한 후 닫힌 공간인 도시의 아파트보다 보이는 게 많아서 그런지 마음이 한결 넉넉해진 기분이란다. 집을 지을 때에는 건축주로서의 요구 사항을 시공사 그리고 시공사와 건축 현장 간에 얼마나 의사 소통이 잘 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그러면 이 집을 짓고 난 결과는 어떨까? 집은 70퍼센트만 맘에 들면 된다고 하는데 95퍼센트 만족스럽단다.

마을‘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휴식처를 얻었다’는 건축주 김준호 씨. 이 주택을 통해 집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을 새삼스레 떠올려 보았다. 튼튼하고 편리하며 아름다운 그릇을 보면서… 田


윤홍로 기자 사진 정덕현 기자